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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홍학의 자리 - 정해연

2024. 8. 14.

홍학의 자리 - 정해연

추리소설을 읽고 싶었던 차에 랭킹 상위권에 있어 첫 장을 넘겼다.

주인공 김준후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직업이 교사인 준후는 아내 권영주와의 이혼을 결심하고 지방에서 별거한다. 그러던 중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 채다현과 불륜을 저지른다. 야근을 한 날 다현이 찾아오고 교실에서 관계를 가진다. 잠시 후 준후는 시체가 된 다현을 발견하고 본인과 다현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삼은호수에 시체를 유기한다. 범인을 찾기 위한 경찰관들과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후,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다현의 자살 시도였다는 것, 준후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 트릭이 다현을 수돗물에 담가놨다가 다현을 찾으러 가는 척하며 삼은호수에 유기한 것, 이 과정에서 준후가 다현을 죽이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심지어 다현이 남자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자인 준후와 관계를 가지는 등 여자라고만 생각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면 다현이 여자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남자라는 힌트를 계속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반 여학생의 입에서 ‘보통 혼자 지내는데 가끔 얘기하는 애들도 전부 남자다.’는 얘기부터 성별을 의심했어야 한다. 복선이 많이 깔려 있었다.

준후의 성격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다. 철저한 이기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하는 성격이다. 아내 영주의 헌신에 듣기 좋은 말로 속이고 돈을 챙겨 해외로 도주하려던 모습은 추악함이 돋보였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에 김준후는 교도소로 향하는 길에 웃으며 황권중 사망 전 황권중이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도망간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함에 안도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제목부터 줄거리 속에서 홍학과 네덜란드가 자주 언급된다. 홍학은 암컷이 새끼를 낳은 후 다른 수컷이 암컷을 밀어내는 점에서 준후와 영주, 다현의 상황에 대입된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가고싶다는 다현의 말은 동성 결혼이 합법인 것으로 유명한 나라가 네덜란드이기 때문이다. 몰랐던, 어쩌면 몰라도 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적이면서도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느꼈다.

타인으로부터 비난받기를 두려워하는 김준후,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라며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채다현, 준후의 “날 이해해 주는 건 당신뿐이야.”라는 말에 안심하는 권영주 모두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인정욕구는 우리를 만족시키기도 하지만 변질된 욕구는 우리에게 해롭다. 이 책은 우리가 인정에 중독되어 본인을 잃어가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게 해준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잘 구성된 등장인물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줄거리 때문에 이 소설이 여운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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