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에는 네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초대‘를 제외한 세개는 재밌게 봤다.
초대
초대는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에 의해 강제로 하게 된 행동으로 인해 키워진 내재된 폭력성을 억누르며 살다가 태주라는 트리거로 인해 살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범죄자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죽인 남자친구를 제외하고 이미 죽어있던 세 시신의 정체를 주인공이 어릴 적 먹기 싫어했던 회를 억지로 먹게 한 부모와 이모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잘 읽히지 않아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습지의 사랑
물을 벗어날 수 없는 물귀신 물(여울)과 숲을 벗어날 수 없는 숲귀신 이영은 그 경계에서 서로 만났고 의지했다. 재개발로인한 위험을 헤쳐나갔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났고 물귀신이 살던 하천도, 숲귀신이 살던 숲도, 재개발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살던 마을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물귀신과 숲귀신은 하천도, 숲도, 마을도 없는 상황 속에서 서로밖에 남지 않은 듯 몸을 붙이며 이야기가 끝난다.
습지의 사랑은 물에서 죽은 물귀신과 숲에서 죽은 숲귀신의 만남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생소한 소재여서 새롭게 느껴졌다.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이뤄짐과 역경을 준 재개발 업자들과 마을 사람들이 벌을 받는 결말이 속시원했다.
Cocktail, Love, ZomBi 칵테일, 러브, 좀비
칵테일, 러브, 좀비는 좀비가 된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숨기고 살아가는 가정의 이야기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좀비가 된 이유는 회식에서 마신 뱀주 때문이었다. 딸 주연은 아버지에게 물려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국가에 잡혀 실험체가 되기보단 편히 보내주고자 전문업자를 부르고 그로부터 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주연과 어머니는 제사를 지냈고 주연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책의 제목이랑 같은 제목이어서 제일 기대하고 읽었다. 흔한 오컬트 좀비물인 줄 알았지만 뱀주, 제사, 위령제 등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해서 흔한 좀비물과는 다른 서사 전개가 인상깊었다. 좀비가 되어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식탁에 앉아 허공에 젓가락질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아버지 퇴직금이라도 없으면 당장 생활이 위태로워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는 모습은 가부장적 사회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네 편의 단편 중 가장 순식간에 읽어버린 단편이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마저 죽여버린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얻고 미래를 바꾸려 한다. 두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마지막 기회를 사용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예 만나기 전부터 아버지를 죽이기로 한다. 그의 어머니는 어렸을 적 스토커에게 피해를 당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구해준 것이 그의 아버지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아버지를 찾았고,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를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게 하는 것으로부터 어머니를 스토킹하던 자가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다.
주인공의 어머니 영희는 그 순간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어떻게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에 자신을 구해준 찬석이 덮쳐진 순간 스토커를 죽인다. 그리고 스토커는 마치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그는 슬픈 얼굴을 하고있었고 그녀도 이유도 모르게 슬펐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커가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점점 과거의 스토커와 닮아가는 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그러다 자신의 남편 찬석이 자신의 목을 긋는 순간, 모든 것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고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잘 짜여있는 타임 패러독스물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편 하나를 위해 이 책을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여운을 남기는 단편이다.
네 개의 단편이 각각의 색깔이 있고 다른 이야기여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소설에서 강압적인 사회, 가부장적이고 폭력을 쓰는 남성 등장인물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다. 과거로부터 남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 같았다. ‘가시’는 이해가 어려워 다음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고 나머지 세 단편은 재밌게 곱씹으면서 봤다.